여행기록/2017.08.28. TOKYO

브라세리 폴 보퀴즈

澄觀 2017. 9. 3. 10:25

브라세리 폴 보퀴즈


일본까지 가서 웬 프렌치인가? 


애석하게도, 일본의 음식은 아주 많은 분야에서 한국보다 낫다.

한국이 더 나은 분야가 딱 하나 있는데, 우린 그 음식을 한식이라고 부른다. 


빵에서 부터 푸아그라까지. 아주 많은 면에서 일본의 프렌치는 우리나라의 프렌치 보다 낫다. 아니, 기본적으로 요리는 일본이 훨씬 낫다. 그 이유는 음식이라는 것이 모든 자원의 총체로 부터 나오기 때문이다. 예컨대, 빵을 하나 만든다고 가정해 보자. 우리에게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은 밀가루, 물, 효모, 우유, 버터, 계란 정도가 있다. 그리고 그 밀가루를 맛있게 만들기 위해서는 좋은 밀이 있어야 하고, 좋은 제분기술이 있어야 하며, 신선한 상태에서 유통될 수 있어야하며, 수요가 충분히 많아서 재고가 쌓이지 않아야 한다. 일본은 거의 모든 면에서 한국보다 더 사정이 낫고, 결국 더 나은 밀가루, 더 나은 우유, 더 나은 버터를 만들게 된다. 그리고 이 결과는 더 나은 빵으로 나오고, 더 나은 빵, 더 나은 채소, 더 나은 고기는 더 나은 음식을 만들어 낸다. 결국 식문화는 다른 모든 산업적 역량의 총체인 것이다. 


본론으로 돌아가서, 브라세리 폴 보퀴즈는 프랑스 쉐프 폴 보퀴즈가 아시아에 처음으로 문을 연 매장이다. 그는 프랑스에서 유명한 쉐프로, 미슐랭 가이드 북에서 별 세개를 받은 바 있다. 이 곳 폴 보퀴즈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프렌치를 맛볼 수 있는 캐주얼 프렌치 레스토랑이다. 점심시간에 방문하였고, 약 10분 정도 웨이팅이 있었다. 메뉴는 두가지. 2200엔 코스 menú blanc, 그리고 3800엔 코스 menú rouge. 세 가족 모두 3800엔 짜리 코스를 주문했다. 


가장 먼저 우리를 반기는 것은 식전 빵. 네 등분으로 썰어놓은 바게트가 제공된다. 함께 제공되는 스프레드는 닭 육수를 베이스로 카레를 곁들인 스프레드 였다. 이게 꽤나 맛이있어서, 계속 손이 가는 그런 맛이었다.


 식전빵을 먹고 있으면 스프가 제공된다. 스프는 오늘의 스프가 제공되고, 500엔을 추가해야 맛볼 수 있다. 스프는 차가운 옥수수크림스프. 진한 옥수수맛과 부드러움이 잘 조화를 이루는 스프다. 냉스프 이다 보니 더운 여름철에 입맛을 돋구는데는 제격이었다. 이전에 제공된 식전빵을 스프에 찍어먹어도 상당히 맛있다. 




스프와 식전빵이 물러나고 나면, 샐러드의 차례다. 샐러드는 말린 햄, 저민 훈제오리, 푸아그라, 그리고 계란이 들어가 있는데, 상당히 입맛을 돋군다. 특히 푸아그라는 적절히 잘 구워져 입에 넣으면 육즙이 자르르 흐른다. 그리고 소스는 과하지 않고 짜지 않아 메인 요리를 기대하게 만든다. 




대망의 메인요리. 메인 요리는 네 가지 종류가 있다. 닭고기 콩피, 소고기 스테이크, 스콜피온 피쉬 그리고 새우. 그 중에서 세가지, 닭고기 콩피, 소고기 스테이크 그리고 스콜피온 피쉬를 시켰다. 닭고기 콩피는 예상했던 만큼 아주 좋았다. 콩피 특유의 부드러움을 잘 살렸고, 버릴 것 없이 깔끔했다. 스테이크는 근막이 약간 거슬리는 느낌이었지만, 소스가 아주 훌륭했다. 실망스러웠던 것은 스콜피온 피쉬 스테이크 였는데, 새콤한 맛을 살리는 것 자체는 생선요리와 더할나위 없이 잘 어울리는 것이 사실이지만, 새콤한 맛만 가운데 붕 떠있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결과적으로 말해, 옥의 티였다. 다만, 함께 나온 옥수수 빵(?)은 맛있었다. 달콤하고, 손이 가는 맛이었다.




디저트는 단순했다. 아이스크림, 혹은 크림 브륄레. 크림 브륄레는 맛있었지만, 위의 설탕층이 너무 두터웠고, 크림층이 너무 얇은 것이 흠이었다. 숟가락을 살짝 가져다 대기만 해도 바닥이 보였다. 아이스크림은 화려하고 맛있어 보였다. 다만, 먹어보지는 않았다.


전반적으로 아주 훌륭한 캐주얼 프렌치 레스토랑이었다. 약간 아쉬운 점도 있었지만, 그것은 날마다 있을 수 있는 약간의 기복이라고 남겨두고 싶다. 다만, 훌륭한 밸런스에도 불구하고, '이 레스토랑의 다음메뉴가 궁금하다.' 라거나, 이 쉐프가 다음에 어떤 놀라운 요리를 보여줄 지 궁금하다.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기본기가 잘 갖춰진 프렌치 레스토랑. 딱 그정도였다. 다만, 기본기가 잘 갖춰진 곳을 찾는 일도 너무 어려운 요즘이라면, 도쿄에서 한 끼를 할애하는 것이 결코 나쁜 선택이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


2017.09.16.


이정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