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야 무사시
멘야 무사시
무사시 국숫집이라는 뜻의 멘야 무사시. 신주쿠 근처에 있는 수많은 라멘가게 중의 하나이지만, 그 명성은 수년 째 이어져 오고 있으며, 어떤 가이드북에도 '신주쿠' 하면 빠지지 않는 집이다. 라멘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또 일본에서 제일가는 라멘이라는데 먹지 않을 수가 없었다. 택시를 타고 도착했을 때, 밖에 줄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웨이팅 없이 밥을 먹을 수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웬걸. 가게 안으로 들어가자 줄을 서 있는 사람들이 10명은 족히 되어 보였다.
줄을 서면서 메뉴를 고민했다. 라멘, 츠케멘, 그리고 냉 츠케멘. 세가지 종류가 있었다. 그래서?
세 개 다 시켰다.
물론, 차슈와 계란을 추가하는 일을 잊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라멘이 나왔을 때, 라멘 위에 듬뿍 얹혀있는 차슈를 보는 일은 개인적으로 포기할 수 없는 큰 기쁨 중의 하나다. 아래에 있는 면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챠슈가 많이 나왔다.
맛은? 훌륭했다. 우리나라에서 먹었던 라멘들 보다는 좀더 간장 맛이 진하게 나는 라멘이었다. 육수에서는 해산물 느낌도 약간 났지만, 기본적으로는 묵직한 고기 육수의 느낌과 유사했다. 간장 맛이 강하게 나다보니, 호불호가 있을 수 있다고 느꼈지만, 나는 언제나 좋다. 나중에 느낀 것이지만, 만일 차슈만 따로 먹는 것을 즐기지 않는 사람이라면, 차슈는 세 덩어리 정도면 충분하다. 차슈를 넣는 갯수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니,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면은, 신기하게도 아주 익숙한 느낌이었다. 칼국수. 칼국수 면과 똑같은 느낌이었다. 단지, 면을 따로 삶고, 국물을 우려내었기 때문에 밀가루 전분이 느껴지거나 하는 것은 전혀 없었지만, 그 느낌만큼은 칼국수와 똑같았다. 그것도 집에서 해먹는 울퉁불퉁한 칼국수 면. 내가 일본음식중에 제일 마음에 들어하는 부분은 언제나 계란이다. 그 짭쪼름하고 노른자가 꽉 들어찬 계란의 맛을 나는 너무나 좋아한다. 그래서 하나 더 추가시켜서 먹었다.
츠케멘은 찍어먹는 라멘이다. 일반 라멘에 비해 찍어먹는 스타일이라, 육수가 더 진하다. 결국, 그 맛을 더 진하게 확실하게 느낄 수 있는데다, 생면이 그대로 드러나는 스타일이라, 자칫하면 과해지기 십상이다. 너무 짜거나, 혹은 너무 싱겁거나, 면이 뻣뻣해지거나. 이곳의 츠케멘은 약간 짠 느낌이었다. 아무래도 찍어먹는 소스이다 보니 짜게 만들 수 밖에 없는데, 찍어 먹는 스타일에 따라서 짠 맛의 정도가 변하기 때문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맞추기는 어려운 스타일이겠다. 개인적인 느낌이다.
냉 츠케멘은 똑같은데 그냥 육수가 시원한 육수다. 여름에는 좋을 것이나, 찬 육수는 뜨거운 육수에 비해 맛이 덜난다. 찬 성질이 미뢰를 수축시키는 탓이다. 그 때문에, 먹는 도중에도 맛이 달라진다. 좋지 않은 부분이다. 특히 찍어먹는 종류라면, 처음 찍었을 때와 두 번째는 온도가 달라진다. 결국 맛도 달라지기 마련이다. 이건 츠케멘 모두의 단점인데, 차슈는 국물속에서 뜨뜻하게 있을 때 가장 부드럽고 맛이 좋다. 찬 곳에 두면 겉이 마르고 딱딱해 진다. 츠케멘의 차슈가 라멘의 차슈보다 별로일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전체적으로 평을 하건대, 이 가게는 그냥 라멘을 먹으러 가는 것이 옳다. 츠케멘이라는 음식 자체에 불만이 있는 것은 아니나, 분명 같은 스킬일 때, 라멘이 츠케멘 보다 더 쉽다. 결국 더 쉬운 음식이 더 맛있어진다.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2017.09.16.
이정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