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리칸트
사마리칸트
동대문에는 아시아의 여러 요리들이 있다. 그 중에서 오늘 방문한 곳은 '사마리칸트'라는 우즈베키스탄 음식점이다. 점심을 고민하던 중, 초밥과 냉면을 모두 최근에 먹어버린 탓에 새로운 음식을 먹자는 친구들의 제안이 있었고, 한 친구가 '사마리칸트'에 가자고 제안하여 가게 되었다. 중앙아시아와 동유럽에 이르는 지역들의 음식을 상당히 좋아하고, 특히 그들 특유의 양고기 조리법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상당히 기대가 되는 곳이었다. 특히 그 중에서도 사마리칸트는 몇 번이나 이름을 들어보았을 정도로 꽤 유명한 곳으로 알고 있어서 그 기대가 더욱 컸다.
주차를 하고 오는 사이, 일행들이 먼저 음식을 주문한 탓에, 나는 메뉴판도 한 번 못보고 음식을 먼저 맞이하게 되었다.( 혹시 동대문 사마리칸트에 방문하실 분이라면, 근처에 있는 오피스텔에 주차를 하시기를 권한다. 사마리칸트를 지나 10M 쯤 가다가 우회전을 하면, 왼쪽에 오피스텔 주차장이 보인다. 식사를 하고 바로 나온다면 주차요금은 3~4000원 정도.) 메뉴판을 보았을 때, 3년전 배운 러시아어 실력으로 끼릴문자를 떠듬떠듬 읽어 보았으나, 우즈베키스탄에서 읽는 끼릴은 분명 다를 것이기에, 시도해 보지는 않았다. 다만, 알 만한 단어들이 몇몇 보였다.
내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한국당근이라고 부르는, 까레이스키 까랏(?)이 나와있었다. 다들 신기했는지, 한 입씩 맛보고 있었다. 그 이후에 나온 음식은 양고기 슈르빠. 우즈베키스탄식 국물요리다. 비슷한 요리로 설명하자면, 보르쉬 내지는 굴라쉬 같은 음식들이 있을텐데, 보르쉬보다는 좀 더 싱거운 국물이고, 굴라쉬보다는 더 맑은 국물이다. 맛은 꽤 깔끔하고, 안에 들어간 감자와 양고기가 잘 어울리는 음식이었다. 처음 우즈베키스탄 음식을 맛보는 사람도 별다른 무리없이 시도해 볼 만 했다. 함께 나온 카잔 케밥도 상당히 맛있었는데, 양고기가 살살 녹는 것이, 별달리 강한 향신료 맛이 나지 않아서 처음 먹는 사람들도 덥썩 집어서 먹을 만 했다.
약간의 시간을 두고 프러프가 나왔다. 우즈베키스탄 식 볶음밥이라고 하는데, 어찌보면 한국인 입맛에 참 잘맞는 볶음밥이었고, 어찌보면 위에 올려진 양고기를 빼면 정말 흔히 볼 수 있는 볶음밥이었다. 맛있는 볶음밥이었지만, 특색있는 우즈베키스탄 요리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다른 메뉴들을 먼저 먹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물론, 식사에 밥이 빠지는 것이 몹시도 어색한 사람이라면, 맛있는 볶음밥이니 걱정하지 않고 시켜도 좋다고 말하고 싶다. 뒤이어서 나온 것은 만티, 즉 우즈베키스탄 식 만두였다. 어찌 표현해야 할지 모르지만, 커다란 딤섬 같은 느낌에 약간의 중앙아시아식 소스가 옅게 곁들여져 있다고 보면 딱 맞을 것 같다. 이 요리도 한국인이 아주 좋아할 만한 음식이었지만, 한국인의 입장에서 볼 때 중앙아시아적 이미지와 정확히 부합할 만한 요리는 아닐지도 모른다. 정말 맛있다....라고 말하기는 힘들지 모르지만(대륙이나, 대만에는 너무 맛있는 만두가 많고, 우리나라만 해도 그렇다.), 괜찮은 요리였다. 마지막으로 나온 식사는 쌈싸, 한국어 메뉴판으로는 빵속에 고기였다. 이런 종류의 요리들은 참 많은데, 그 중에서도 페이스트리를 베이스로 만들어서 상당히 독특하고 맛있었다. 빵 때문인지, 조금 더 간이 강했어도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전체적으로 마음에 드는 요리였다.
역시 본식사는 디저트를 위해 먹는 것이 아니던가. 식사가 끝나자마자, 메뉴판을 다시 열었다. 한페이지를 빼곡히 채운 디저트들.... 우선 세가지만 시켜보기로 했다. 나폴레옹 케이크, 메도빅, 그리고 끄로네 라는 과자였다. 사실 나폴레옹 케이크는 내가 가장좋아하는 디저트 중의 하나인데, 한국에서는 주로 프랑스 이름인 밀푀유로 더 잘 알려져 있다. 그 바삭바삭한 페이스트리와 크림의 조화는 어느 누구도 싫어할 수 없다. 사마리칸트의 나폴레옹 케이크는 제과점 스타일이라기 보다는 좀 더 가정식에 가까운 형태인데, 페이스트리가 바사삭 하고 부스러질 정도는 아니지만, 상당히 맛있었다. 메도빅은 러시아 디저트로 상당히 유명하다는 사실을 익히 들어 알고있었다. 사실 이걸 우즈베키스탄 음식점에서 처음 맛보게 될 줄은 몰랐다. 시트가 조금 딱딱한 편이었지만, 메도빅은 그 명성만큼이나 맛있는 디저트였다. 특히 시트 사이에서 느껴지는 꿀은 독특하면서도 맛있었다.
정말 오랫만에 아주 훌륭한 맛집을 찾아내어 기분이 좋다. 동대문에 우즈베키스탄 음식점이 있다는 것만 알고 있었는데, 우연한 기회에 갈수 있게 되어 정말 기뻤다. 식당 자체에 대해 평가하자면, 점수로 4.3/5점 정도.... 다음에 다시 가서 다른 음식들을 먹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