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오복수산
    식도락/맛집기행☆ 2019. 7. 14. 09:11

    [오복수산]

    어느 여름날과 꼭 같은 날이었다. 태양은 뜨거웠고, 꼭 그만큼 날씨가 좋았다. 카이센동을 먹기에 더할나위 없이 좋은 날이었다. 이런 날은 벼르고 있던 곳을 가는 것이 좋겠다 싶었다. 마침 함께 점심식사를 할 분께서도 오복수산이 괜찮겠다 하시었다. 마치 오늘이 날인 것만 같았다. 점심시간에 딱 맞추어 가면 사람이 너무 많을 것 같다는 생각에 1시 반쯤에 가기로 했고, 그 때 까지만 해도 모든 것이 완벽해 보였다. 날씨처럼. 

     

    1시 30분에 도착해서인지 사람은 많지 않았다. 대기번호가 20번을 넘어가고 있었지만, 1층 다운타우너에서 사람들이 길에서 줄을 서 있는 것에 비하면 선풍기 바람도 나오는 실내에서 기다리는 것은 그닥 고역도 아니었다. 게다가 생각보다 사람들이 빨리 나왔다. 어쩌면 이것이 앞으로 불게될 피바람의 예고편이었을까. 덕분에 10여 분을 기다리고는 들어가 앉을 수 있었다. 일본식 정원처럼 꾸며 놓은 내부와 의자는 고급스러워 보였지만, 고급스러운 취향은 아니었다. 객단가가 3만원이 넘는다는 것을 고려하면 더욱 그랬다. 주방은 반쯤 오픈된 형태였으나, 홀과 인테리어가 통일적이지는 않았다. 전반적인 인테리어는 그다지.....  다만 모래로 꾸며놓은 정원은 예뻐보였다. 그게 눈앞에 있어서 날리지는 않을까 걱정이 좀 되기는 하였지만....

     

    주문은 우니 이쿠라 카이센동으로 하였다. 가장 대표적인 메뉴인 것 같기도 하였거니와, 우니를 못 먹은지 오래되어 먹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일행은 우니 이쿠라동을 주문하였다. 3~4분쯤 지났을까? 주문한 메뉴가 나왔다. 

    기본적인 단품 세팅이다. 왼쪽 상단에는 간장을 두는 곳이라고 추정된다.(설명을 해주지는 않았다.)

    우니, 이꾸라를 제외하고 카이센동에 들어간 것은 황새치 뱃살, 참다랑어 뱃살, 관자, 문어, 단새우, 연어, 광어, 차조기 잎, 연근 그리고 날치알. 정말 때깔 하나는 기가 막히게 곱다. 

    우니 이쿠라동을 가까이에서 찍은 모습. 때깔이 참 곱다.

    들어간 재료들도 많고, 신선도도 크게 문제가 없어 보였다. 재료에 대해서 평할 것은 우니에서 단맛이 거의 나지 않았다는 것... 말고는 크지 않다. 우니가 해수우니였으면 좋았겠다....고 잠깐 생각했으나, 아마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나름대로 구색을 갖춘 해산물이 나와 기분이 몹시 좋았다. 단새우를 한 입 베어물자 새우의 육즙이 입안으로 퍼져나왔다. 좋은 시작이었다. 그리고 딱 거기까지였다. 

     

    덮밥이니만큼 밥을 같이 먹어야 했다. 참치를 한 점 들어 간장을 찍고는 숟가락 위에 살포시 얹었다. 그리고 젓가락으로 밥을 조금 덜어 내는데, 결국 일이 터졌다. 밥이 문제였다. 초를 섞은 밥을 쓰는 덮밥의 특성상 밥이 질어지기 쉽다. 그때문에 밥을 꼬들꼬들하게 하여야 할 것인데, 밥이 너무 질었다. 밥을 옮겨 담는 젓가락에 밥풀이 서넛씩 꼭 붙어있었다. 밥들은 뭉쳐져서 들어올리면 꼭 한 숟가락 양만큼 덜어졌다. 게다가 쌀은 반동강 난 것이 많았다. 김포산 고시히카리를 썼다고 메뉴판에 안내하고 있었으나, 차라리 이럴 것이라면 그냥 보통 쌀 가운데 보관상태가 좋은 것을 쓰는 것이 나았다. 반동강 난 쌀은 맛있지도 않고, 향미도 없다. 밥의 상태를 소개하자면, 딱 이마트 초밥용 밥 같았다. 그것 보다 조금 더 질었지만. 초의 풍미가 나지도 않았고, 그냥 식초에 밥을 말고 설탕을 좀 뿌린 것 같은 느낌이었다. 밥이 문제였다. 밥이. 

     

    그에 비해 해산물에는 큰 문제는 없었다. 단지 앞서 말한 것과 같이 우니에서는 단맛이 나지 않았고, 관자는 아무맛이 나지 않았고, 쫄깃한 식감도 없었으며, 연어는 너무 크게 썰어낸 나머지 칼을 달라고 하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모두 괜찮았다. 문어야 어릴적 부터 좋은 문어들을 꽤 먹어왔다고 자부하는 입장에서 좋은 문어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잘 삶은 편이었다. 질기지는 않았다. 와사비도 공산품을 쓰는 것 같았지만, 매콤하게 올라오는 것이 나쁘지는 않았다. 

     

    한 동안 좋은 이야기들을 좀 했으니, 단점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자면, 구성은 정말 최악이다. 카이센동은 단품 요리라, 구성이랄 것이 딱히 없는게 사실이다. 그저 초생강이나 잘 주면 그만이고, 단무지나 잘 주면 그만이다. 그런데, 그 모든것은 공산품이다. 단무지는 일식집에 가면 6500원짜리 덮밥을 먹을 때도 주는 그 단무지이고, 초생강도 딱 그맛이 난다. 함께 준 국물은 과장을 좀 보태자면 학교급식에도 나올 것 같은 미소장국이다. 그래도 미소장국이야 안먹으면 그만이고, 간이 잘 맞으면 단무지나 초생강도 먹을 일이 그다지 많지는 않으니 괜찮다. 최악은 김이었다. 나는 일생동안 그렇게 아무 맛이 안나는 김을 먹어본 적이 없다. 생김을 올렸으나, 그것은 마치 경동시장에 가면 백장에 만원쯤에 팔 것 같은 김이었다. 물론, 카이센동이 너무 뛰어나서 김이 카이센동 맛을 해칠까 걱정되어 맛이 나지 않는 김을 썼다고 말한다면 할 말은 없다. 그러나 참다랑어 뱃살맛이 김에 가려진다면 뭐 그것도 그것 나름대로 참 서글픈 일이다. 더 우스운 일은 우니 이쿠라 동에도 같은 김이 나왔다는 것이다. 우니 맛을 걱정한 것이 맞기는 한 것인지 의문이다. 샐러드는, 말을 말겠다. 

     

    이 가게에서 결론적으로 최고의 조합은, 우니 이쿠라 동을 시켜서 다 비비고, 그걸 차조기 잎에 싸먹는 것이었다. 그것 만큼은 정말 괜찮았고, 맛있었다. 비벼 놓으니 밥이 못난 것도 다 가려지더라. 단지 문제라면 차조기 잎은 단 한장 제공된다는 점. 

     

    그래도 배가 고파서인지 다 먹고 나왔다. 다 먹고 나와놓고 왜 헛소리냐? 맛이 없으면 그냥 나오지 그랬냐? 하시는 분이 계실것이라 믿는다. 그것은 우니이쿠라 카이센동이 25000원, 우니 이쿠라동이 33000원 이었기 때문이다. 맥주 한 잔까지 합쳐서 7만원이 넘는 엄청 비싼 식사였기 때문에 차마 숟가락을 내려놓을 수 가 없었다. 

     

    오복수산에 가자고 한 내 자신이 부끄럽고 함께 식사한 사람에게 너무 미안한 나머지 식사는 내가 살 수 밖에 없었다. 이렇게 피눈물을 흘리면서 키보드를 두드리게 된 이유다. 

     

    지점은 신사점이었다. 혹시 연남점은 괜찮을 지도 모르지만, 도전하고 싶지는 않다. 

     

    결론 : 인터넷 맛집은 결코 믿지 말자. 

    p.s. 일행께서 우니 이꾸라동의 사진을 보내 주셨습니다. 연어알 사이로 보이는 밥을 보며 연어의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오복수산의 깊은 마음에 감동하였습니다. 

    2019.07.14.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