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도락/맛집기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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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식향식도락/맛집기행 ☆☆☆☆ 2024. 2. 14. 16:06
[천년식향] 고작 백년을 살고자 버둥거리는 중생으로서는 천년을 가는 향기라는 것이 무엇인지 짐작이 가지 않지만, 그 서원만큼은 함께 마음에 고이 간직하고 싶다. 맛있는 '비건식당'이 아니라, '맛있는 식당'을 지향하는, 비건 식당이지만 비건식당을 지향하지 않는다고 밝히는 천년식향은 도발적인 메뉴들과 이야기가 함께하는 식당이다. 가장 유명한 메뉴는 당근을 싫어하던 손님이 먹어보고 어지간한 Sex 보다 낫다고 평해 Better than Sex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당근 요리. 그리고 Sex and Steak 라는 이름이 붙은 콩고기, 유부 꼬치구이. 두 요리는 이름으로 보나, 성격으로보나 천년식향의 간판 격인 메뉴라고 할 수 있을 듯 하다. Better than Sex는 자꾸만 손이가는 당근요리인데, 눈을 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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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 그릴식도락/맛집기행 ☆☆☆☆ 2021. 11. 30. 07:39
[서울역 그릴] 우리는 가끔 별똥별처럼 사라지는 한 시대의 끝을 본다. 이는 때로는 즐거운 일이지만, 떄로는 몹시도 괴롭고 가끔은 우울해지는 것이다. 경양식의 시대가 저물어간다. 아주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오늘은, 마지막 영업을 앞둔 '서울역 그릴'을 가 보았다. 영업종료를 하루 앞둔, 2021. 11. 29. 7시, 한창 손님으로 붐빌 가게에는 의외로 손님이 적다. 마지막 영업이라는 소식을 들은 손님 몇이 와있을 뿐이다. 대부분은 혼자서 온 손님들이다. 내 앞에서 기다리던 손님도, 뒤에서 기다리던 손님도 서울역 그릴의 마지막을 함께하기 위해 혼자온 손님들이 었고, 업장의 60%쯤은 그런 손님이었다. 한 시대의 마지막을 배웅하러 온. 덕분에 혼자 식사를 하는 것이 어색하지도 않고 좋았다. 한 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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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주택식도락/맛집기행 ☆☆☆☆ 2020. 5. 20. 23:58
건대 맛집에는 마법같은 공식이 있다. 건대입구역에서 멀수록 더 맛있는집이 나온다. 수학으로는 이걸 뭐라고 말하는지 모르겠지만, 예컨대 건대입구역에서 가장 가까운 곳은 엔제리너스다. 맛은, "말해 무엇하리오"다. 심지어 가장 가까운 햄버거가게는 노브랜드 버거인데, 거기에 없는건 브랜드 만은 아니더라... 라는 리뷰가 돈다. 그런데, 화양시장 옆 골목이나, 성수사거리 쪽 골목을 들어가면, 하나 둘씩 맛집들이 등장한다. 이 곳도 그런 곳 중의 하나다. 이제는 꽤 유명해진 '그륵'이라는 가게에서 조금만 더 성수사거리 쪽으로 가면 볼 수 있는 조용한 주택은, 이름처럼 조용한 주택가에 있다. 요리는 한명이 하고, 메뉴는 단촐하다. 네가지 파스타와 두가지 샐러드, 그리고 하나의 스테이크. 딱 네명쯤 오면 좋을 것 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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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이요식도락/맛집기행 ☆☆☆☆ 2019. 7. 24. 00:42
[이이요] 이미 제법 유명해진 가게다. 근처에서 PT를 받는데, 가끔 지나가다가 보면 사람들이 줄을 한참 서 있다. 사람들이 줄을 서지 않을 만한 시간을 골라 방문해 보았다. 야끼 돈부리 맛집으로 소문이 난듯 한데, 저녁에 방문해서인지, 실제로 메뉴판에서 주력은 사시미와 스시로 보였다. 아마 점심에는 식사위주로, 저녁에는 식사와 술을 겸해서 파는 것 같았다. 몇 몇 테이블은 사시미를 먹고 있었고, 다른 테이블들은 덮밥이나 식사를 하는 것 같았다. 다른 블로그나, 인터넷에서 본 것들이 야끼 돈부리 인지라, 우선 야끼돈부리를 하나 시켜보았다. 그리고, 양이 적다는 말에 마끼도 하나 시켰다. 야끼돈부리가 나왔다. 토핑은 관자, 연어 그리고 광어. 완전히 구운 것은 아니고, 토치로 겉만 그을린 스타일. 개인적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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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 소문난 암소갈비집식도락/맛집기행 ☆☆☆☆ 2018. 8. 1. 00:03
[해운대 소문난 암소갈비집] 개인적으로 가게 이름앞에 '원조'라거나 '소문난' 따위을 붙이는 집들을 신뢰하지 못하는데, 이곳은 복수의 추천을 받아 방문하게 되었다. 앞 서 선창횟집 글(http://chengguan.tistory.com/32)에서 밝힌 바와 같이 점심에 방문하게 되었는데,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곳은 필히 점심에 방문해야만 하는 곳이다. 왠만하면 11시쯤 가서 번호표를 뽑고 11시 30분까지 주차장에서 음악을 들으면서 기다리는 것을 추천드린다. 차를 가져오지 않았다면, 가게 앞에 하나 있는 야외 에어컨을 붙잡아 보시라. 이 곳은 어느 고깃집 보다 일찍올 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다. 직접 해체한 생갈비를 파는데, 점심시간이 지나면 생고기가 다 떨어져 양념갈비밖에 팔지를 못한단다. 양념갈비가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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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군 뽈따구 숯불구이식도락/맛집기행 ☆☆☆☆ 2017. 10. 19. 12:42
장군 뽈따구 숯불구이 맛집을 돌아다니다 보면,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을 되새길 기회를 얻곤 한다. 그리고 뒤늦은 후회들을 덧붙이게 된다. 나는 내가 4학년 2학기가 되도록 이 가게를 찾지 않았던 것을 후회한다. 이 가게 바로 앞에 있는 PC방을 몇 년째 다녔음에도, 이 곳에 발길을 돌리지 않았던 과거의 자신을 자책한다. PC방에서 라볶이에 치킨마요덮밥으로 때우는 대신 뽈따구를 먹었다면 나는 얼마나 더 행복해 질 수 있었을까? 나는 아직도 부족한 사람이었다. 계기는 단순했다. 칵테일을 한 잔 마시고, 맛있는 걸 얻어먹으려는 참이었다. 회기역쪽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는데, 딱히 갈 곳도 없었다. 그러던 차에 보인 것이 이 뽈따구 집이었다. 일행은 이곳이 맛집이라고 했다. 나는 우선, 의구심이 들었다.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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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황 24시식도락/맛집기행 ☆☆☆☆ 2017. 10. 18. 15:59
고황24시 시립대 학생이라면 아마, "뼈찜'이라는 메뉴에 떠오르는 집이 하나쯤 있을 것이다. '서울뼈구이'라는 이름의, 떡전교를 지나 왼편으로 고개를 돌리면 있는 그 가게. 뼈찜 이야기를 하면서, 그 가게를 언급하지 않고 왜 엉뚱한 가게를 리뷰하는가? 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물론 서울 뼈구이도 참 좋은 집이고, 가끔 생각나는 매콤한 맛이 장점인 가게지만, 그리고 뼈찜과 뼈구이는 약간 다른 장르이기도하지만, 뼈찜하면 생각나는 집은 역시 고황 24시다. 사실, 몇 번 다니는 동안 이름도 몰랐다. 버거킹 골목으로 들어가서 오른쪽으로 들어가면 있는 가정집처럼 생긴 그 집. 이라고 기억할 따름이었다. 그리고 얼마전 친구와 다시 방문했다. 둘이서 적당히 먹자고 말하면서, 오늘 많이 안먹으니까 소짜로 시키자고 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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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nny’s Pizza식도락/맛집기행 ☆☆☆☆ 2017. 9. 20. 17:41
Bonny’s Pizza Pub 오랫만의 이태원 방문이다, 개인적으로 이태원에는 좋아하는 집들이 많다. 호두당근타르트가 맛있는 ‘러블리 숑숑’, 보르쉬를 먹고 싶을 때면 가는 ‘뜨로이까’, 그리고 수 많은 터키 식당들. 오늘 방문한 곳은 피자집이다. 이태원은 기본적으로 미군부대 옆애 조성된 탓에, 미국스러운 음식은 이태원에서도 주류다, 수많은 피자집들이 있고, 수 많은 햄버거 가게들이 있다. 그 가운데서도 오늘은 Bonny’s Pizza Pub을 방문하였다. 시간은 늦은 점심과 이른 저녁 사이, 애매하고 나른한 3시. 앨리스의 이상한 나라 였다면 아마 티 타임을 시작했을 시간이었다. 가게 안에는 애매한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손님들이 식사중이었다. 대부분 두명이서 온 손님들은 가운데 레귤러 사이즈 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