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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주택식도락/맛집기행 ☆☆☆☆ 2020. 5. 20. 23:58
건대 맛집에는 마법같은 공식이 있다. 건대입구역에서 멀수록 더 맛있는집이 나온다. 수학으로는 이걸 뭐라고 말하는지 모르겠지만, 예컨대 건대입구역에서 가장 가까운 곳은 엔제리너스다. 맛은, "말해 무엇하리오"다. 심지어 가장 가까운 햄버거가게는 노브랜드 버거인데, 거기에 없는건 브랜드 만은 아니더라... 라는 리뷰가 돈다. 그런데, 화양시장 옆 골목이나, 성수사거리 쪽 골목을 들어가면, 하나 둘씩 맛집들이 등장한다. 이 곳도 그런 곳 중의 하나다. 이제는 꽤 유명해진 '그륵'이라는 가게에서 조금만 더 성수사거리 쪽으로 가면 볼 수 있는 조용한 주택은, 이름처럼 조용한 주택가에 있다. 요리는 한명이 하고, 메뉴는 단촐하다. 네가지 파스타와 두가지 샐러드, 그리고 하나의 스테이크.
딱 네명쯤 오면 좋을 것 같다. 파스타 네가지를 다 시키고, 스테이크를 하나, 그리고 샐러드를 하나. 점심무렵 보다는 저녁이 더 나을 것 같다. 와인 한 잔 곁들이면 더 좋을 것 같아서. 우선 앉아서 주문을 하고, 기다리면, 카나페(?)가 하나 나온다.
식전에 나온 카나페. 입맛을 돋구기에 아주 제격이었다. 입안가득 침이 고이고, 음식을 맞이할 준비를 하게 된다.
다음으로 나온 메뉴는 볼로네제 파스타. 넓적한 면을 쓴 것이 인상적이고, 조금 식감이 어색한 감은 있었지만, 결국 바닥까지 긁어먹게 만든 파스타. 생면이라 조금 식감이 독특하였고, 자주 맛볼 수 있는 질감은 아니었다고 생각. 부정적인 것은 전혀 아니고 다만 어색해서 처음에 내외하다가, 마지막에는 면은 없고 라따뚜이마냥 남은 애호박과 채소들을 긁어 먹게 만들었다... 사장님 나가고 나서 설겆이 안하셔도 됐을듯...
사실 파스타 세 종류는 같이 나왔는데, 내가 두번째로 찍은 파리지앵 뇨끼. 쫄깃한 스타일이라기보다는 부드러운 스타일. 마치 곱게 간 감자처럼 부드러운 뇨끼였는데, 의외로 정말 입맛에 잘 맞았다. 여기도 결국 마지막에는 채소 한조각 남지 않고, 파스타 였던 무언가만 남았다... 다음에 가게 되면 또 먹고 싶은 파스타.
마지막 파스타는 해산물 파스타. 생각보다 앞의 두 파스타가 특색이 있어서 기억에 남는 편은 아니지만, 이 파스타도 볼로네제와 같은 질감을 공유하는 느낌. 해산물은 신선하고, 부드러워서, 오징어를 먹는지 뭘 먹는지 모를 느낌. 해산물은 항상 긴장하면서 먹게 되는데, 아주 편안하게 먹었던 파스타. 어쩐지 다 먹고 나서 내 접시에만 조개가 3개나 있더라... (일행들 죄송...) 오히려 다양한 해산물을 넣은게 아니라서 더 좋았고, 퀄리티도 유지될 수 있지 않았을까 싶었다.
마지막으로 나온 것은 스테이크. 솔직히 너무 맛있고, 적당하고, 좋았다. 스테이크는 항상 입 댈 것이 없는게 최고라고 여기므로, 더이상 적지 않는다. 드셔보시라. 너무 맛있어서 먹느라 사진을 찍지 못한 것이 후회스러우나, 조금의 검색으로 더 나은 사진들을 많이 찾을 수 있을 것이기에 많이 후회하지는 않는다.
재방문의사는 몹시 있으며, 건대에서 이만한 가격대와 퀄리티를 찾기에 쉽지 않음을 고려할 때, 별점 4개를 드리고 싶다. 앞으로 더 번창하시라. 좀 더 자주 찾고 싶은 집이고, 졸업전에 세 번은 더 갈 것이다.
이 리뷰는 식사권 3만원에 당첨되신 일행께서 일정부분 후원해 주셨다. 이 글을 빌어 감사를 드린다.
2020. 5.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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