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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대 카페] 골든 라이언식도락/Fire and Fury 2020. 5. 20. 23:22
건대입구, 화양시장 옆을 지나 두갈래길에서 오른쪽 길로 가면 나오는 카페 골든 라이언. 외관도 마음에 들고, 고급스러워보이는 인테리어에 친구들과 방문을 했다. 오랜 위장장애로 커피를 못먹게된 인간인지라, 밀크티와 몇몇 디저트를 주문했다. 주문을 하고서, 밀크티 한 모금 마시기도 전에 나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뷰를 쓰는 것은, 아마도 많은 사장님들이 겪을 고충이면서 동시에 많은 고객들이 불쾌할 만한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이제 다들 알겠지만, 역시 리뷰는 정말 맛있었거나, 정말 화가났거나, 둘 중에 하나일 때 쓰게되는 것이다.
주문을 받을 때, 오래 걸릴 수 있다기에 혼자 주문을 처리하느라 그런가 보다... 하고 앉아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20분여가 지났을까? 밀크티가 다 떨어지셨단다. 다른 주문으로 바꾸시던지, 취소를 하시란다. 아 물론 그럴 수 있다. 카페에 우유가 떨어지거나 찻잎이 떨어질 수도 있다. 아마 밀크티 가루가 떨어진 거겠지만. 20 분이나 기다렸는데, 밀크티를 못먹는다니 어쩔 도리가 있나. 주문을 취소해야지. 또 카페를 찾아 황야를 거니는 심바처럼 떠돌아야지. 물론, 밀크티 재고를 미리 파악하고, 밀크티 주문을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미리 알렸으면 우리는 20분도 아끼고, 그쪽은 주문을 받고 또 주문을 취소하는 수고를 덜 수 있었겠지만, 어쩔수 있나, 이미 벌어진 일을.
어쩔 수 없이 일행이 카드 승인을 취소해 달라고 부탁을 하는데, 어라? 카드 승인 취소가 아니라 카드 승인 문자가 다시날아왔다? 이거 곤란한데... 아마 포스를 잘 다뤄보지 못하신 분인가보다... 여기 영업시작한지 꽤 된걸로 아는데, 뭐 아직 포스기에 익숙한 분이 아니신가보다... 하고 다시 취소를 부탁드리는데, 하나밖에 취소가 안됐다? 그러더니 자기 포스기에는 하나밖에 안나오니 자기는 모르겠단다. 슬슬 표정이 퉁명스러워 지고, 포스기 반대편에 서 있는 사람은 점원에게 진상이 되어간다는 투였다. 응대하는 중간에 커피도 뽑고, 할 일도 하시고, 그러면서 고객을 쳐다보지도 않고 말을 툭툭 내뱉고, 그럼 포스기를 보여드려요? 따위의 소리나 하고 앉아있다. 내가 포스기를 봐서 뭘하나? 카드승인 취소를 해달라는데 왜 포스기타령을 하나? 물론 기계가 오류가 날 수 있다. 나도 백번 이해하고, 그런 일이 자주 일어난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그러면, 혹시 죄송하지만, 카드 번호를 메모할 수 있겠나, 본인이 카드사에 연락해서 취소처리를 도와드리겠다, 혹은 승인번호를 말씀해주시면 처리되는대로 연락드리겠다. 할수 있는일 아닌가? 우리더러 확인해보고 안되어 있으면 다시 찾아오란다. 이맘때쯤 되니 이미 표정은 천년의 진상을 맞이한 표정이고, 우리는 떼를 쓰고 있는 모양새였다. 설상가상 카드사 고객센터는 재난지원금 문제로 연결이 되지를 않았다. 다른 근무자가 금방 도착하여, 내 카드의 취소는 도와주었으나, 일행의 카드는 결국 취소하지 못한채로 가게를 나왔다.
가게를 나와 카드 앱을 설치한 일행이, 결국 취소되지 않은 전표를 찾아내었고, 우리는 가게로 다시 갔다. 이미 앞서 응대한 사람은 퇴근을 하고 없고, 뒤에 도착한 근무자만 남아있었다. 승인번호를 알려주고, 연락처를 남기고 떠났다. 떠나면서 혹시 앞서 계시던 분이 사장님이신가 여쭈었더니, 아니시란다. 아마, 나와 내 일행들은 다시는 그 카페를 가지 않을 것이다. 아마 나를 알고있는 어느 사람도 가지 않을 것이다. 누군가 나에게 그 카페에 대해 묻는다면, 나는 오늘의 일화를 하나도 빠짐없이 말해줄 것이다. 어쩌면, 사장님은 이 일로 고객을 얻을지도, 잃을지도 모르겠다. 누군가가 이 블로그 글을 보고, 이 카페에 가기로 결정할지도 모르겠고, 이 카페에 가지 않기로 결정할지도 모르겠다. 어떤 알바는 가게를 흥하게 하지만, 어떤 알바는 그 반대이기도 하다. 두번째 응대하신 분이 사장님이신지는 모르겠으나, 앞서 있었던 일로 그 분께 따지게 된 것은 유감스럽다. 이렇게 또 원치 않은 리뷰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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