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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수사
한 달에 한 번쯤은 학교 근처에서 초밥을 먹곤 한다. 1학년 때나 2학년 때는 주로 청량초등학교 옆에 있는 '스시 래'를 자주 갔었다. 적당한 가격에 적당한 맛, 어디에서나 먹을 수 있고, 어디에서나 볼 법한 그런 초밥집. 어떤 기대도 없이 들어가고, 어떤 실망도 없어 나오는 그냥 그런 스시집. 그냥 스시가 먹고 싶었고, 멀리 가기에는 상황이 여의치 않았고. 여러 변명을 곁들여 가며 몇 년을 다녔더랬다. 그리고 몇 해 전, 단골 초밥집을 바꿨다. 주수사. 정확히 읽자면 시유 스시 정도(?) 이 가게의 특징이 있다면, 네타가 상당히 두껍다. 특히 흰살 생선에서 이런 특징이 잘 드러나게 되는데, 한국인이 좋아할만한 쫄깃함을 그대로 간직한 스시가 완성되는 것이다.
물론, 나의 취향을 말하라면, 네타가 적절하게 들어가서 샤리와 비율이 딱 알맞는 스시를 원한다. 모 스시만화에 나왔던 것 처럼, 네타와 샤리가 동시에 입에서 사라지는 그런 비율. 하지만, 네타가 두꺼운 것이 의외로 나쁘지 않다. 샤리는 초대리로 간이 되어있는 탓에, 입안에서 사라져도 한동안 그 잔향이 남는다. 그런 탓에 약간 두텁고 중후한 네타가 들어오더라도 의외로 그 비율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사실 초밥에서 흰살 생선은 구색 맞추는 역할을 하기 십상이고, 그런 탓에 연어 초밥이 제일이라는 말을 하는 사람들까지 있을 정도이니, 오히려 이렇게 흰살생선의 맛에 힘을 주는 것도 나쁘지 않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네타를 얇게 썰어달라고 하면 얇게 썰어주시기도 한다. 손님의 입장에서 나쁠 것이 없다. 아, 그리고 이 가게는 초생강과 초마늘 그리고 단무지를 충분히 준다. 먹고 모자라지 않을 만큼. 단무지는 일본에서 자주 보는 그 단무지가 나온다. 아주 기본적인 것이지만, 좋은 인상을 주는 부분이다.
가게 이야기를 잠시 하자면,우선, 가게에 들어가면 다찌에 자리가 8석 쯤 있고, 앉을 수 있는 테이블이 두개가 있다. 아마, 식사는 다찌에서만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메뉴판은 단촐하다. 13000원 짜리 일반 모듬초밥과 18000원짜리 특 모듬초밥이 있다. 전체적인 밸런스는 오히려 모듬초밥이 좋은 편이지만, 특별히 회초밥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18000원 하는 특 모듬초밥을 즐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럴가능성은 낮지만, 혹시 양이 모자라다면 회덮밥을 시켜도 좋다. 양도 꽤 많고, 나쁘지 않은 회덮밥을 즐길 수 있다. 다른 메뉴들은 안타깝게도 시켜보지 못했다. 이런 가게라면 왠지 오뎅이 맛있을 것 같은 느낌은 있다. 이 가격에, 2인에 1마리씩 생선구이가 서비스로 나온다. 앉자 마자 생선구이를 턱 받아들고 가시를 발라가며 먹는다면, 아마 초밥에 대한 평가가 조금 더 후해질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