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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지스시
신이문역 앞에 있는 로지스시는 꽤나 오랫동안 맛집이라는 명성을 유지해 왔다. 단골들도 꽤 있는 편이고, 동대문구 인근에서는 초밥을 먹기에 좋은 곳이라는 평이 쌓여있는 곳이었다. 오늘, 운동을 하러 가는 길에 로지스시라는 간판을 보고, 저녁은 이곳에서 해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초밥집을 찾는 것은 언제나 즐거움인 까닭에, 또 하나의 맛집이 늘어나겠다는 기쁨을 안고 테이블에 앉았다.
초밥집은 아주 기본적인 구성이었다. 다찌에 10명 정도가 앉을 수 있는 단촐한 구성이었다. 스시 메뉴는 '모듬초밥' 단 하나. 일종의 오마카세 되시겠다. 처음에 앉으면, 주방장은 차가운 물 혹은 따뜻한 물 중에서 고르라고 한다. 스시는 따뜻한 차와 함께해야 한다는 것이 나의 뜻이었기에, 나는 따뜻한 물을, 일행은 더운 여름탓에 시원한 물을 택했다. 따뜻한 물을 주문하면, 현미녹차 티백을 함께 주는데, 차로 마시라는 뜻은 알겠으나, 왠만하면 좋은 차를 따로 준비해 주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현미녹차 티백과 어울리는 초밥이란 떠오르지 않았다.
다찌에 앉아 있으면, 개인 접시에 약간의 와사비가 얹혀서 나온다. 이제 이 접시에 하나씩 초밥이 나올 것이다. 열 피스가 동시에 나오지 않는 것은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다. 물론, 그랬다면 이정도의 명성을 쌓아올리지도 못했겠지만. 하지만, 다찌 너머에 있는 주방장의 조리대를 보고있도라면, 당혹스러움이 번진다. 횟감을 조각조각 썰어서 락앤락에 보관하고 있다가 손님이 오면 샤리를 쥐고 손님 상에 내 놓는 것이다. 횟감을 썰어 놓지 않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횟감을 썰어두는 순간 마르기 시작한다. 손님에게 일부러 저급한 재료로 만든 음식을 주겠다는 심보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 바쁘다고? 물론 우리 테이블 이외에 한 명의 손님밖에 없었지만, 워낙 알려진 맛집인 탓에 바빠서 그랬다고 하더라도 이는 결코 변명이 되지 못한다. 손님에게 저급한 재료를 내놓아야 한다면 주방에 사람을 늘리거나, 혹은 테이블을 줄이는 것이 옳다.
기억을 더듬어 보자면, 초밥은 광어, 도미, 연어, 계란 새우 한치, 광어, 연어, 참치 순으로 제공되었다. 우선, 앞에 있는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네타는 정말 맛있었다. 흰살 생선에서 이정도로 풍부한 맛을 내는 초밥을 본 일은 별로 없다. 다만, 샤리에서는 조금 아쉬움이 남았는데, 간이 잘 된 샤리였음에도 불구하고, 약간 질척한 느낌이 남아있는 탓에 아쉬움이 좀 남았다. 흰살 생선 스시는 다시 한 번 먹어보고 싶은 맛이었다. 약간 실망스러웠던 스시는 오히려 계란초밥이었다. 계란 초밥은 약간 더 부드러웠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다. 그리고 계란을 구운 표면의 색이 일정하지 못하고 부분적으로 조금 그을러 있었는데, 이 부분도 개선이 필요해 보였다. 가장 맛있었던 것은 의외로 연어였다. 처음 나온 연어가 아니라 두번째 나온 연어초밥은 연어를 아부리하고 그 위를 레몬즙과 소금으로 마무리 한 초밥이었는데, 앞서 광어를 레몬즙과 소금으로 마무리 했을 때 보다 훨씬 나은 맛을 보여주었다. 연어를 아부리 한 탓에 연어의 기름진 풍미가 한 껏 올라왔고, 레몬즙의 산뜻한 맛과 어우러져 아주 강한 맛을 냈다. 게다가 마무리로 아주 고운 소금을 뿌린 탓에 깔끔한 맛까지 더해졌다. 이 초밥을 먹기 위해서라면 이 초밥집에 다시 올 의향이 있을 정도였다. 마지막으로 먹은 참치는 몇가지 첨언을 할 필요가 있을 듯 한데, 참치절임 덮밥은 정말 맛있었지만, 좀 더 참치 본연의 맛을 살려주는 것이 좋았을 것 같다. 기름장 냄새가 좀 많이 나서 참치 절임의 맛을 가리는 부분이 있었다.
초밥집으로서의 전체적인 점수를 말한다면 3.5/5점. 식당으로서의 점수를 말한다면 8.5/5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