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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야초밥
    식도락/초밥기행 2018. 4. 10. 15:47

    [호야초밥]


    너무 힘든 하루를 보냈다. 아침 9시 부터 수업을 들었고, 2시간 짜리 저녁 수업이 3시간으로 둔갑했다. 너무 힘들고 지쳐서 왠지 초밥을 먹어야 할 것 같은 날이었다. 함께 수업을 들은 사람들과 초밥을 먹으러 가기로 하고는 건대에서 제일 유명하다는 호야초밥으로 향했다. 벽에는 참치 해부도가 그려져 있고, 각 부위에 대한 설명이  적힌, 사람이 북적이는 초밥집이었다. 몇몇 사람이 자기 차례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는 운이 좋게도 얼마 지나지 않아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이것이 불행이 될 줄 그 때는 몰랐다. 


    일행들은 모두 초밥 세트 A 혹은 초밥세트 B 중에 하나를 골랐다. 그러나,A 세트는 선어의 수가 2피스로 부족한 것 같고,참치, 새우, 쭈꾸미 그리고 장어가 각각 두개씩 나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새우와 쭈꾸미 그리고 장어는 하나 쯤 먹는 것은 좋지만 더 이상은 과하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그 자리에 등푸른 생선이나 군함을 한 두개 넣는 것이 좋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B세트도 크게 다르지 않았는데, 특 세트라는 이유로 흰살 생선 초밥이 3개 연어 초밥이 3개(뱃살1 일반2) 그리고 참치가 2개 나오고, 간장새우초밥 2개 그리고 장어초밥 2개가 제공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잘 짜여진 조합이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연어초밥이나 참치초밥이 상당히 선호되는 초밥인 것은 사실이지만, 다른 구성들을 빼면서 까지 강조할 부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단품 초밥을 여러개 시켜먹기로 했다. 


    광어 초밥 하나, 광어 지느러미 초밥 하나, 도미초밥 하나, 황새치 뱃살 초밥 둘, 연어 카니미소 초밥 하나, 장어 초밥 하나 계란 초밥 둘 그리고 연어 이꾸라 초밥 둘을 시켰다. 



    개인적으로 등푸른 생선 초밥이 단 하나도 없는 것은 큰 아쉬움이었다. 연어 배꼽살 초밥에 타코와사비 초밥까지 갖추고 있는 가게에서 시메사바 초밥이나 하나못해 학꽁치 초밥하나 갖추지 못한 것은 요리사의 재료 선택능력을 의심하게 만드는 대목이었다. 물론 연어와 참치가 전문이다 보니 다른 생선을 갖추기 힘든 부분이 있었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흰살 생선마저도 광어와 도미 뿐이었다는 점은 조금 의문이 든다. 


    하지만 그래도 맛있기만 하면 좋지 아니한가. 연어와 참치를 완벽하게 만드는 초밥집이라면 참치초밥 12피스도 훌륭한 한 끼 식사가 될 수 있고, 연어(는 좀 힘들지만)초밥도 좋을 것 같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렇지 못했다.


    먼저 초밥이 나왔다. 초밥과 함께 실리콘으로 만든 붓이 나왔다. 아마 초밥 위에 간장을 발라서 먹으라는 배려인 듯 싶었다. 생선에만 간장을 바르기 편하게 하기 위한 아이디어 같았다. 하지만 문제는 간장에 있었다. 


    간장을 종지에 부었더니, 간장이 너무 묽었다. 맛을 보니 이건 간장이 아니라 쯔유 였다. 덮밥 소스로나 쓸 법한 간장을 초밥에 찍어 먹으라고 주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 인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간장을 별도로 달라고 요청을 하니 한참만에 간장을 받을 수 있었다. 두 번째로 문제는 광어 지느러미 초밥이었다. 광어는 지느러미가 가장 고소하고 맛있다. 그 풍성한 기름맛이 입안에 감돌면 정말 행복해 질 수 밖에 없는 맛이다. 그런데 왠걸.... 전혀 맛이 나지 않는다. 그 다음으로 문제가 된 것은 참치초밥이었다. 황새치 뱃살초밥을 주문했는데, 해동과정에 문제가 있어보였다. 초밥을 입에 넣는 순간 회가 아니라 물기가 퍽 하고 씹혔다. 해동 과정에서 물기가 새어나오는 것을 막지 못한 것이 아닌가 싶었다. 두 개나 시킨 것을 후회했다. 그리고전체적으로 샤리의 양이 적긴 했지만 맛이 강한 참치초밥에 샤리를 적어도 너무 적게 잡은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다음으로 연어 카니미소 초밥. 게장은 그 맛이 아주 강하기 때문에 사용할 때 다른 재료들의 맛을 가린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사용하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정말 전혀 신경쓰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다. 게장의 양을 많이 쓰는 것을 좋아하는 것은 아무래도 요리하는 이의 취향이겠지만, 연어와 조합을 한 것은 실수가 아닌가 싶다. 오히려 광어와 조합을 했다면 쫄깃한 맛과 풍부한 게장의 맛이 더 잘 어울리지 않았을까 싶다. 덕분에 연어의 맛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고, 부드러운 연어의 식감과 게장의 식감이 시너지를 내고 있는지도 상당히 의문이었다. 장어초밥은 A 세트, B 세트 모두에 등장하고 있어서 상당히 기대를 했다. 그런데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 맛이었다. 굳이 따지자면 그냥 장어 맛이다. 계란초밥은 또 한번 실망할 기회를 제공해 주었다. 게란을 1센티 정도 두께로 구워서 말아놓고 그 위에 샤리를 얹어둔 형태의 초밥이었는데, 이걸 왜 초밥이라고 불러야 하는지가 첫번째 의문이었고, 계란을 구울 때 표면이 약간 그을린 점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맛은 계란말이와 무엇이 다른지 모르겠고, 폭신한 느낌도 들지 않고 한 마디로  맛이 없었다. 마지막 대망의 연어 이꾸라 초밥. 군함말이의 카테고리에 있어서 연어 초밥 하나 이꾸라 군함 하나가 나올 줄 알았지만, 이꾸라 군함을 김 대신 연어로 말아 둔 초밥 두 피스가 나왔다. 왠지 쌔한 느낌이 들었지만, 일단 맛을 보았다. 혹시나는 역시나였다. 이꾸라의 짠 맛을 연어가 전혀 받혀주지 못했고, 작디작은 샤리는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냥 이꾸라를 숟가락으로 퍼먹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 싶다. 두개나 먹어야 한다는 것이 가장 큰 고역이었고, 8000원이나 한다는 점이 두번째 고역이었다. 


    다 먹고 나니 몇가지 밑반찬들이 눈에 들어왔다. 메밀소바가 하나, 삶은 머리와 내장 약간, 한치 샐러드, 새우튀김 하나씩 애석하게도 이 가게에서 제일 맛있는 음식은 여기에서 두개나 나왔다. 내장과 머리 삶은 것 그리고 새우튀김. 차라리 초밥집이 아니라 이자카야 였으면 조금은 더 낫지 않았을까 싶다. 


    여기까지 읽으면 모두가 알겠지만, 내 인생에서 술취해서 실수로라도 가고 싶지 않은 두번째 가게가 이곳 되시겠다. 

    첫번째는 회기역 앞에 있던 냉면과 돈까스 가게다. 

    별은 없다. 별을 주게되면 이정민이 먹은건데 설마 맛있겠지 하는 마음에 가는 사람이 생길까봐 하는 말이다. 


    2018.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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