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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북면옥
    식도락/냉면기행 2018. 2. 27. 21:23

    [서북면옥]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대학원을 건국대학교로 진학하였다. 그 탓에 그간 사랑하던 냉면집들과는 더 멀어지고 말았는데, 이 참에 동네에 정붙일 만한 냉면집을 하나쯤 두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건국대학교 주변의 냉면집들을 찾기 시작했다. 아니 사실 찾을 것도 없었다. 건국대학교 주변에 냉면집으로 첫손에 꼽히는 것은 누가 뭐라고 해도 서북면옥이었으니까. 50년째 장사를 하고 있는 노포라는 점도 마음에 들었고, 기숙사 뒷길로 슬금슬금 걷다보면 금방 도착하는 것도 좋았다.(그런 면에서 동국대학교 학생들은 정말이지 축복받은 부처님의 자식인 것 같다.) 앞으로 3년간 정을 붙여야할 냉면집은 아주 작고 허름했다. 80년대 쯤에 한 번 바꾸었을 법한 간판과 수평이 맞지 않는 바닥에 몇개 되지 않는 테이블. 여름에는 대기손님이 많아 번호표를 뽑아야 할정도란다.(뭐 안그런 냉면집이 어디있겠나만은.....)


    우선 냉면 하나에 사리 하나를 시켰다. 가격은 사리포함 13000원. 유진식당에 뒤지지 않는 가성비 냉면집이 아닌가! 이곳의 특징이라고 한다면 우선 무 생채가 반찬으로 나오지 않고 테이블에 있는 김치가 반찬의 전부라는 것.(냉면만 주문 기준) 하지만 냉면만 맛있다면야. 길지 않은 시간을 기다린 뒤, 냉면과 사리가 함께 나왔다. 사리를 주문하면 작은 사발에 육수를 조금 더 부어준다. 작은 배려지만 고맙다. 한데 부어드릴까? 물으시기에 그렇게 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냉면의 맛은 좀 실망스러웠다. 면발의 텐션이 부족했고, 별다른 특색도 없는 그냥 그런 뚝뚝 끊어지는 면이었다. 우래옥처럼 까끌한 맛이 매력적이거나 메밀향이 확 풍겨오지도 않았고, 의정부처럼 쫄깃함이 가미된 적당한 텐션감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고명으로 얹은 고기는 보이지 않는 바닥에 숨어있다가 다 먹을 무렵에 정체를 드러냈으며, 너무 푹 삶겨서 굳어버린 고기였다. 지난 주말에 유진식당을 다녀온터라 그 괴리감이 더 커보였다. 그리고 고명으로 올려진 무 생채의 맛이 너무 어울리지 않았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점은 바로 육수였는데, 육향이 풍부하고 어쩌구 저쩌구를 떠나서 프림맛이 났다. 보통 향이라는 것이 비유적인 표현이고, 새콤한 향을 유자에 빗댄다거나 하는 식이지만, 이건 진짜다. 어릴 때 마다 엄마 몰래 프림을 숟가락으로 떠서 한 입씩 꿀꺽하던 내 입이 기억하는 그 프림맛이었다. 면발만 먹었을 때는 괜찮았지만, 육수를 들이켜는 순간, 프림 생각밖에 나지 않아서 뒤이어 오는 육수맛을 느낄 새가 없었다. 실수로 소금 대신 프림을 넣은 것이길 바래 보지만, 냉면집에 프림이 있을 이유가 없지 않은가...... 싶다.


    어쩌면 오늘의 맛은 실수일지도 모른다. 냉면집을 자주 다닌 사람들은 잘 알겠지만, 같은 가게라도 철마다 혹은 날마다 텐션이 다르고 맛이 다르다. 냉면이라는 것이 본디 슴슴하고 담백한 음식이라 그 차이가 더 극명하게 나고, 더 자극적으로 다가오는 것이기에, 오늘 하루 맛 본 것으로 평가를 마치고 싶지 않다. 우선, 학교 근처에 있는 거의 유일한 평양냉면집이고, 좋으나 싫으나 앞으로 3년간 함께 해야할 가게이기에 개강 전에 한 번 더 가서 맛보고 싶다. 


    덧붙여 냉면을 먹는 내내 만두 생각이 났다. 다음에는 사리 추가 보다는 만두를 먹어야 겠다. 평점은 현재로서는 5점 만점에 1점.


    2018.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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