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바다활고등어회식도락/맛집기행 ☆☆☆☆ 2017. 9. 17. 11:06
제주바다활고등어회
종로에는 숨겨진 맛집들이 많다. 그 오랜 세월 조선의 도읍으로 자리하면서, 온갖 물산이 죄 서울로 몰려든 까닭이 크지만, 수많은 재개발 광풍에도 살아남아 준 탓도 크다. 이번에 들를 곳은 오래된 가게도 아니고, 누구나 이름을 들으면 알만한 가게도 아니다. 다만, 내가 이 곳을 언급하게 된 이유는 독특함에 있다.
고등어회. 고등어는 좀처럼 회로 먹기 힘든 생선이다. 쉬이 죽어버리는 등푸른 생선인 까닭에 그렇다. 그것도 활어 회로 먹는 일은 대단한 기회가 아니고는 힘든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곳 식당의 수조에는 고등어가 헤엄치고 있다. 하지만, 수조에서 죽은 것은, 배 위에서 죽은 것 만 못하다. 갓 잡은 후에 즉시 내장을 제거하고 선어로 만드는 것이 수조 속에서 천천히 죽어가면서 내장이 녹아내리는 것 보다 낫다. 하지만, 믿을 만 해 보인다. 고등어는 단 이틀만 살려서 판다고 한다. 제주 앞바다에서 항공운송으로 가져온다고 하니, 더욱 믿음이 갔다.
하지만, 처음 먹은 것은 민어다. 여름이 거의 지나가다 못해 꽁무니도 안보이는 9월 중순이지만, 그래도 올 여름 민어 한 번 제대로 못 먹었으니 먹어주어야 한다. 민어가 한 상 나오면, 가장 먼저 손이 가는 것은 부레다. 부레는 꼭꼭 씹어먹으면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이가 시원치 않으면 못먹는 음식이라, 젊었을 때 하나라도 더 먹어두는 것이 이득이다. 부레를 다 마치고 나면, 이제서야 지느러미에 손을 댄다. 민어의 지느러미는 아주 쫄깃하고 탄탄하다. 부드러운 살과는 대비되는 맛이 일품이다. 지느러미까지 다 먹으면 그제야 다른 곳에 손이 간다. 민어 살은 아주 부드럽고 살살 녹는다. 광어나 우럭의 쫄깃함을 최고로 치는 사람들이라면 조금은 실망스러울 수 있는 맛이다. 하지만, 먹다보면 이렇게 부드럽고 맛있는 고기가 또 있나 싶을 정도다. 그냥 간장에 찍어 먹어도 좋고, 뭉티기를 먹듯이 참기름과 쌈장, 고추장으로 버무려진 소스에 찍어먹어도 좋다. 이 집에서는 독특하게 미나리를 무쳐서 함께 내어주는데, 미나리와 함께 싸먹어도 별미다. 다만, 미나리가 제철이 아닌 탓에 코끝을 찌르는 듯한 특유의 향긋함은 조금 떨어지는 것이 아쉽다. 이렇게 민어 한 접시를 먹고, 고등어 회를 기다린다.
회는 살이 안찐다.
고등어 회는 기대이상이다. 처음 보는 첫인상이 아주 곱다. 혈합육이 뚜렷하고, 색이 선홍색으로 신선하다. 게다가 한 입 베어 물었을 때, 비린내가 전혀 없고 쫄깃한 맛이다. 정말이지 기대한 것 이상의 맛이다. 게다가 특유의 진한 맛까지 더해지니 금상첨화다. 뱃살이 몇점 나오는데, 뱃살은 정말 참치 뱃살이 부럽지 않은 맛이다. 요 근래 먹은 회 중에 가장 최고로 치고 싶은 회였다. 별 말이 필요 없다. 가서, 드셔보시라.
마지막으로 식사가 빠질 수 없다. 갈치조림을 시켰다. 그 대신 밥은 반공기만 먹는 것으로. 다행이다. 밥 반 공기도 다 못먹을 뻔 했다. 갈치조림은 별로다. 먹지 마시라. 갈치가 너무 작아서 이건 죽은 갈치에게 측은함이 들 정도다. 맛도 고등어회가 보여준 퍼포먼스에 비하면 한참 떨어진다. 갈치조림은 역시 명동에서 드시라.
총평은 4.0이다. 내가 갈치조림만 안먹었어도 4.5는 나올 뻔 했다. 내 실수다.
2017.09.17.
'식도락 > 맛집기행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이요 (0) 2019.07.24 해운대 소문난 암소갈비집 (0) 2018.08.01 장군 뽈따구 숯불구이 (0) 2017.10.19 고황 24시 (0) 2017.10.18 Bonny’s Pizza (0) 2017.09.20